Apis 2022. 12. 6. 01:00

야곱의 인생이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147년을 살았던 야곱은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하여야 할 일을 준비합니다. 자신의 자녀들을 위한 당부와 축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보다 우선해 요셉의 두 아들들을 만나게 됩니다. 야곱이 병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요셉이 두 아들과 야곱을 방문하였습니다. 야곱에게 요셉은 사랑이었고 아픔이었으며, 슬픔이었고 기쁨이었던 아들이었습니다. 

 

야곱은 평생을 두고 라헬을 사랑하였고, 라헬에 대한 생각을 품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라헬은 베냐민을 낳다가 죽게 되었고, 야곱은 요셉을 보며 라헬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요셉에게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 문제가 되어 다른 아들들의 질투로 인해 요셉은 열일곱 살이 되던 해에 애굽으로 팔려가고, 야곱은 요셉이 죽은 것으로 생각하며 살게 됩니다. 

 

그렇게 22년이 지나고 야곱은 요셉이 살아서 애굽의 총리가 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고 애굽으로 와서 요셉을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다시 만나 요셉은 야곱에게 기쁨이 되었지만, 이제는 요셉이 야곱을 돌보는 위치에 서게 되어서 야곱이 요셉에게 더이상 무엇을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요셉의 돌봄으로 살아온 시간은, 마치 17년 동안 야곱이 요셉을 돌보았던 햇수와 맞춘 듯이 17년이었습니다. 이에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요셉에게 무엇인가를 주고 싶었던 야곱은 요셉의 아들들을 자신의 아들로 받아들입니다. 

 

이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하신 약속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강하신 하나님께서 가나안 땅 루스에서 내게 나타나 복을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로 번성하여 그 수가 많아지게 하고, 네게서 여러 민족이 나오게 하며, 이 땅을 네 뒤에 오는 자손에게 영원한 유산으로 넘겨주겠다’고 하셨다.] 요셉의 아들들이 자신의 아들이 되면 하나님이 야곱의 자손으로 민족들을 이루게하실 때, 요셉의 아들들이 차지할 몫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야곱이 요셉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지만, 하나님이 약속하신 복된 자리에 요셉의 아들들을 세워 놓는 것으로 야곱은 요셉에 대한 자신의 사랑과 무엇인가 마음에 담아두었던 그 부담을 풀어내려고 했습니다. 이에 요셉은 두 아들을 야곱 앞에 세우게 됩니다. 야곱의 오른편에 장자 므낫세를, 왼편에 둘째 에브라임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야곱은 두 손을 엇갈리게 해서 오른손을 에브라임 위에, 왼손을 므낫세 위에 올리고 기도합니다. 요셉은 아버지 야곱이 실수한 줄 알고 손을 옮기려 했는데, 야곱은 [내 아들아, 나도 안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나도 안다] 고 말하며, 자신의 의도대로 축복합니다. 

 

[므낫세도 민족을 이루어 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아우가 더 크게 되고, 그의 후손은 민족들을 부유하게 할 것]이라는 것을 야곱은 알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주신 그 약속대로 에브라임과 므낫세의 순서를 바꿔 축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축복은 야곱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말씀보다 세상의 법도를 따랐던 아버지 이삭으로 인한 마음의 아픔이 녹아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에브라임과 므낫세를 축복하며 세상의 법도 대로가 아닌 하나님의 약속대로 이들을 축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야곱은 흔히 하는 말로 다사다난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 …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 다는 고백처럼 정말 많은 일을 겪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야곱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생각하고 행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아쉬움과 후회를 다 정리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름다움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역할을 해 내는 것입니다.

 

언제 땅의 삶을 마치고 떠날지, 시간을 정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면 누구나 하나님 앞에 서게 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 주변의 사람들이 내가 떠난 자리를 보며 아름다움을 보게될지안타까움을 느끼게 될 지는 내가 결정할 있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남기고 떠나기 위해서는 야곱처럼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