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사무엘은 “우리를 다스릴 왕을 주십시오!”라는 그들의 요구를 듣고 마음이 상했다. 얼마나 괘씸한 생각인가! 사무엘은 하나님께 기도했다.
7-9 하나님께서 사무엘에게 대답하셨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어라. 그들은 지금 너를 버린 것이 아니라 그들의 왕인 나를 버렸다. 내가 그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낸 날부터 오늘까지, 그들은 늘 이런 식으로 행동하며 나를 버리고 다른 신들을 좇았다. 이제 네게도 똑같이 하는 것이니, 그들 뜻대로 하게 두어라. 다만, 그들이 당하게 될 일들을 경고해 주어라. 왕이 다스리는 방식과 그들이 왕에게 당하게 될 일들을 말해 주어라.”
기도에 대하여 …
사무엘의 아들들이 온전치 못한 것이 빌미가 되어 이스라엘은 사무엘에게 왕을 요구합니다. 이런 이스라엘의 요구를 직면한 사무엘은 이유 모를 배신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사무엘은 그 마음을 하나님께 가지고 나갔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으시고, 이스라엘에 대해 사무엘의 느낌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이스라엘은 과거의 행적을 되풀이하며 하나님으로 자신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진단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무엘에게는 그들이 너를 버렸다는 배신감을 맛보는 것이라고 알게 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버린 것은 겉보기에는 사무엘이지만, 그 내면에서는 하나님을 버리는 것이라고 정리해 주셨습니다.
이스라엘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순간이지만, 시선을 좁혀서 사무엘의 내면에 대해, 관점을 바꾸어서 기도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사무엘의 마음 상태와 기도를 연결해서 보려고 합니다. 말씀에 자세히 나와있지는 않지만, 사무엘은 분명 이스라엘사람들과는 나누지 않았지만 그의 안에 존재하는 원인모를 불쾌한 느낌까지도 하나님께 아뢰고 있습니다. 그 느낌을 빼더라도 하나님께 드려야 할 말씀이 많이 있었지만, 사무엘은 하나님 앞에서 진실되고 솔직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것이 사무엘이 가진 능력입니다. 이것은 사무엘이 오랜 시간 하나님과 함께하면서 얻게 된 신앙의 자산입니다.
종종 나는 내 안에 솓구치는 감정의 격랑이나 불쾌한 어떤 것을 느끼면서도 그것들을 방치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것들과 기도를 연결시키지 못합니다. 그래서 기도를 해도 그것들을 해결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사무엘의 모습을 보면, 그것은 나의 기도에 부족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가 가지고 있는 능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런 것들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말씀처럼 기도 후에는 평강이 마음을 채우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이에 대한 답은 잠언 20장에 나옵니다. 주님은 사람의 영혼을 환히 비추시고,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살펴보신다(27). 하나님께 나아가면 내가 알지 못하는 나의 마음 깊은 곳까지 하나님께서 살펴 주십니다. 그래서 그 하나님 앞에 나의 모든 것을 꺼내어 놓은 사람은 지금껏 알지 못했던 내 감정의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은 깊은 물과 같지만, 슬기로운 사람은 그것을 길어 낸다(5). 그렇게 하나님 앞에 머물며 내 깊은 생각의 끝을 찾고 그것을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게 되면, 그 감정의 격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됩니다.
지금 사무엘이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마음이 상한 사무엘의 기도를 들으시고, 사무엘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정확하게 분석하시고, 설명해 주십니다. 그런 하나님의 설명을 들은 사무엘은 감정의 격랑을 가라앉히고 감정의 쓴 뿌리를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이 내용은 후일 사무엘이 최선을 다해 왕을 세우고, 왕을 도우려고 하는 모습을 통해 확인됩니다. 만약 사무엘이 기도를 하고도 감정적인 문제를 정리하지 못했다면, 사무엘은 세워진 왕을 적대감을 가지고 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 원인 모를 감정까지 내맡겼을 때, 사무엘은 그것들의 내면 깊은 곳을 보게 되었고 그 감정으로부터 벗어난 평안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기도의 능력입니다.
이것을 알면서도 기도가 참 어렵습니다. 기도의 자리에서 사실관계를 하나님께 아뢰고, 내 마음을 아뢰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내 기도의 자리에서 나는, 사실보다는 왜곡된 사실을 아뢸 때가 많습니다. 내 감정의 눈을 거치고, 내 체면과 여러가지 것들을 고려한 사실을… 또 내 감정에 대해서는 깊은 감정의 속살을 드러내기보다는 상처받지 않을 만큼의, 어느 정도 단단한 껍질까지만 드러내곤 합니다. 그리고는 내가 사건을 분석합니다. 내가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향을 가늠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하나님이 해 주실 일입니다. 내가 이런 것까지 신경쓰며 깊은 속살을 드러내지 못하기에, 내 기도는 대부분 깊은 속마음이나 감정의 속살까지 치유하시는 은혜를 누리지 못합니다.
하나님은 불꽃 같은 눈으로 나를 감찰하시며, 내 마음 깊은 곳을 살피실 수 있으십니다. 하지만 그 하나님은 인격의 하나님이십니다. 그래서 내가 입을 열어 내 마음 깊은 곳에 담긴 것들을 쏟아내기 전에는 그저 안타까움으로 나를 바라보시는 분이십니다. 그저 말할 수 없는 탄식을 쏟아내시며 그런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도록 도우실 뿐입니다. 내가 전 인격적 - 감정과 이성과 의지를 가지고 하나님께 진실되게 나아갈 때,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을 보게 됩니다. 어린아이처럼 다른 것들을 재고 고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갈 때, 비로소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천국을 누리게 됩니다.
오늘 내가 기도의 자리에서 많은 여러가지 일들이, 생각들이 지나가는 분주함에서 벗어나 주 앞에 서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나의 기도가 하나님께 진실됨으로 나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하나님께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이 어색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하나님 앞에 내 마음의 속살을 기꺼이 보여드리는 은혜를 누리며 주 앞에 설 때에, 그런 나에게 다가와 말씀해 주시는 하나님의 분석과 설명으로 인해 수색이 걷히고 만족을 누리고 일어서는 오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Apis
2023. 1. 7. 06:31